산부인과 분만실에서 큰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새 생명이라는 감동과 출산의 고통을 이겨낸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문득 'Circle of Life'가 떠올랐었다. 라이언킹의 바로 그 노래 제목이다.
노래 멜로디가 머릿속에 울린 것은 아니었고 생명의 순환이라는 노래 제목이 머리에 떠올랐던 건데, 그 당시에는 간호사분들이 얘기해 주는 몇 가지 안내 사항들을 듣다 보니 노래에 대한 건 잊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대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그때 확 체감했던 것 같다. 문명사회를 살아가고는 있지만 지구라는 행성 안에 존재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질서를 순간적으로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나와 아내가 새로운 생명을 마주했던 그 순간을, 오래전 나의 부모님도 나를 통해 마주했었을 것이며 내 아내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아이도 먼 훗날 누군가를 만나서 새로운 생명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시대는 달라지더라도 새 생명이 탄생했을 때의 감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것이 돌고 도는 생명 사이클의 시작지점이라 할 수 있고, 그래서 그 노래 제목이 떠올랐었나 싶다.
라이언킹 영화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면, 동물들의 왕이었던 아빠 사자 무파사 밑에서 태어난 아기 사자 심바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영화 말미에는 성인이 되어서 왕 자리를 이어받고, 새로운 아이도 갖게 된다. 무파사에서 심바로 개체는 변했지만, 성인이 된 사자가 동물들의 왕이 된다라는 점은 변함없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생명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법칙 안에서, 부모님과 나 그리고 나와 내 아이 사이에서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시대를 꿰뚫는 무형의 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가족만의 삶의 방식이나 교육 철학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올림픽이 4년마다 개최지는 달라지지만 올림픽 정신은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처럼, 우리 가족만의 정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변함없이 이어 나가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