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한번 정해지면 평생 누군가로부터 계속 불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혹여나 이름 자체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기왕이면 더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쏟아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인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방식도 부모마다 제각각이다. '누리', '단비'처럼 순한글인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 평소 동경했던 연예인이나 역사 속 위인 혹은 성서 속 인물의 이름으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철학관에 찾아가 사주팔자를 기반으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들도 있다. 게다가 성명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되었다.
결국은 모두 내 아이가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여느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나와 내 아내도 아이에게 좋은 의미를 담은 이름을 선물하고 싶었다. 족보에 쓰여있는 항렬자를 넣어서 이름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성과 어울리는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만들어 조합해보기도 하고, 연도별로 아기 이름 순위를 검색해 보며 다른 사람들은 아기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참고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이의 태명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아이의 태명은 '햇살'이다. 임신 초기에 아내와 한강길을 따라 산책하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이 무척 아름다워서 태명으로 짓게 되었다. 태명에는 아이가 햇살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는데, 이 마음을 이름에도 연결 짓고 싶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라'는 의미를 담은 한자를 찾고자 대법원 인명 한자를 검색했고 나연이라는 이름을 찾게 되었다 '아름다울 나(娜)'에 '빛날 연(娫)'. 아이를 향한 마음이 단어로서 정의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몇십 일이 지난 지금은 아이를 지칭하는 단어로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려지는 흔한 것이 되었다. 마치 원래부터 이름이 나연이었던 것인 마냥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 이름에 담긴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냥 나연인 것이다. 아마도 몇 년 지나 이 아이가 자기 이름을 자각하게 되더라도 한동안은 자기 이름이 왜 나연인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어떤 계기가 생겨서 나나 아내에게 이름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 그때는 이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이름에 담긴 의미와 태명으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좋아해 주면 좋겠다.